광야에서 풍진세상을 만나도

기사승인 2020.03.23  15: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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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다. 뒤늦게나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이를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으로 규정하였고 각 나라마다 이를 막고 감염자들을 살리기에 야단법석이다.

팬데믹 시대에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기본 전략이 사람들과 접촉을 금지하는 것이다. 생존본능과 시민정신으로 속절없이 방구석에 틀어박혀 TV채널을 돌리며 애꿎은 TV프로그램 탓만 하고 있는데 13살짜리 트롯트 신동 정동원이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가요가 가슴을 후벼 판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할 일이 무엇이냐…” 100여년 전 암울한 시대의 흘러간 노래가 이 어린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하릴없이 집안을 맴도는 어른들에게 너의 희망이 어디 있느냐고 묻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되는 경제정책 실패로 실업자가 늘어나며 21년 만에 국민총소득(GDI)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또 여야간 분열로 이조 말과 같은 위기를 맞고 있는 중에 우리나라를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덮친 것이다.

우리의 옛말에는 이러한 불치의 전염병을 신의 저주로 여기며 염병이라고 불렀다. 염병 차단을 위해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의사협회의 경고는 못들은 척하며 사망자가 발생하는 시간에 청와대에 연예인들을 불러놓고 ‘돼지 목심을 얹은 짜파구리’ 점심오찬을 즐기며 파안대소하고 있었다. ‘기생충’ 영화의 아카데미상 수상 축하라는 자리가 마치 불평등과 불공정의 상징인 ‘박 사장네 막내아들 생일파티’거나 아니면 상가집 조문객들의 법석거림처럼 보였다.

책임전가를 위한 정치권의 누명 씌우기, 자신들의 인기회복용 잔꾀부리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에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섰고 경제는 폭망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도 우리 의료인들의 탁월한 의술과 몸을 사리지 않는 전문가적 프로정신과 민초들의 높은 시민의식으로 감염자 증가 속도가 약간씩 완화되는 낌새를 보이자 정부는 이를 노칠 새라 외국기자들을 모아놓고 이것이 자신들의 공적인양 허세를 부리다 망신을 당하는 촌극도 벌였다.

여기에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모리배 정치꾼들은 선거법까지 바꾸어가며 파당을 지어 표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100여 년 전 국가 운명의 등불이 꺼지기 직전의 깜박거림에도 무능한 왕 주위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사리사욕에만 눈이 어두워 온갖 추태를 부리는 그때로 되돌아간 것 같다.

“너희 희망이 무엇이냐?”는 13살짜리 가수의 애절한 질문에 가슴이 답답하여 집을 나섰다.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팬데믹 시대의 생존 전략인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잘 준수하느라 거리가 텅 비었다.

사람과의 거리유지하기가 새로운 생활 규범 즉, 놈(norm)이 되다보니 경제활동은 중지되고 멈춰선 도시가 마치 알베르 카뮈(A. Camus)의 소설 페스트(pest)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을씨년스럽고 자동차마저도 뜸하다.

그때 젊은 엄마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려는데 교통 신호가 녹색에서 적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어린아이가 도로에 뛰어 들려는데 자동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기겁한 엄마가 어린이의 팔목을 낚아채며 고함을 쳤다. “정신 차려!” 그렇다.

광야에서 풍진세상을 만나 정신을 놓으면 죽음이다. ‘호랑이에게 물려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민족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DNA 즉, 역경지수가 매우 높다.

첫 번째는 이번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올바른 정치지도자를 선출하자. 표를 얻기 위해 무능하지만 온갖 거짓, 위선, 음모에 능한 정치꾼 모리배를 퇴출시켜야 한다. 정치 모리배들의 감언이설에 속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겠다. 해방 후 70년간의 우리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시장경제가 인민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경제보다 우수함이 증명되었다.

두 번째는 온정주의를 벗어나 합리적인 사고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하는 시민이 되자. 혈연, 학연, 지연이 우선하는 온정주의는 개인은 물론 국가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

이번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의 가장 큰 요인은 보균자인 중국인의 입국을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다음으로는 비밀스럽고 비합리적인 신천지 종교 교단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병원문병, 체면용 결혼식, 장례식 등 허례허식을 지양하는 실사구시 문화를 제고하자.

게다가 내로남불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거짓과 위선, 불평등, 불공정, 불의 또한 자기들끼리 이권을 독차지하려는 온정주의에 대해 바르게 가려낸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자신의 자존감과 내 이웃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공평사회 구축에 집중하자. 평등이라는 미명하에 불공평이 자행되면 사회적 행복지수가 저하된다. 정부 정책의 실책으로 유발된 코로나19의 확산이 수천 명의 사망자로 치닫지 않은 것은 우리 의료인과 의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이태리나 스페인은 노령자 비율과 흡연율이 높은 원인도 있지만 더 큰 요인은 이 나라의 우수한 의료 인력이 해외로 빠져 나간데 있다.

평등보다는 공평무사함이 우선하는 가치가 되어야한다. 공평무사한 사회에서는 나의 본질(本質)과 재능의 소중함과 함께 다른 구성원에게도 동일한 존중과 신뢰가 주어져야한다. 음악적 재능이 있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실력이 정당하게 인정받고 대접받는 문화가 형성될 때 ‘미스터트롯’의 임영웅과 정동원이 탄생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험난한 광야를 걷는 우리가 공포스러운 풍진세상을 만났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먼지 속에서도 돋아나는 광야의 새싹을 키우는 지혜와 용기를 되찾아야 하겠다.

애국시인 이육사는 당시의 암울함을 고통으로 느끼며 그의 광야라는 시에서 희망의 싹을 노래하였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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