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2020년 지능형 자동화 원년될 것”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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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평 LG전자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최근 LG생활건강에 ‘로봇 직원’ 8인이 정식으로 입사해 영업·회계·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에서 활약하고 있다. 말 그대로 김 대리의 옆 자리에 입사 동기 박모 대리 대신 ‘로봇’이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LG생건은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업무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이하 RPA) 시스템인 ‘알 파트장’을 도입하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프트웨어 로봇 알 파트장은 사람이 컴퓨터(PC)로 처리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학습해 PC에서 이뤄지는 정형화되고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한다. 사내에서 빈번하게 작업하는 엑셀 업무와 특정 전산시스템의 조회 및 다운로드, 입력은 물론이고 메일 송·수신이 가능해 최종 결과 자료를 담당 임직원에게 전송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알 파트장은 다양한 부서에서 총 8대가 활약하고 있다. 이들(알 파트장 1~8)은 정식 인사 등록까지 마쳐 사내 통신망에 ‘인명(동료)’으로 검색되고 알 파트장의 도움이 필요한 업무를 신청할 수 있는 게시판도 최근 개설됐다.
현재 LG생활건강에서 알 파트장이 수행 중인 업무는 249개로, 237명이 연간 총 3만9천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실적 보고, 매출 및 주문 처리 등 수작업이 많은 영업 영역에 집중 활용돼 영업사원이 본연의 업무인 영업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알 파트장의 업무 성공률은 RPA 최고 수준인 95%를 기록하며 점차 모든 부서에서 수행하는 대표적인 수작업 업무는 알 파트장이 인계 받아 진행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 RPA 운영 담당자는 “단순·반복 업무는 로봇이, 인지·분석 업무는 사람이 하는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업무 혁신과 고도화를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알 파트장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기존 담당자들은 분석 능력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주요 업무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어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획기적인 업무 효율…대체효과 증가
RPA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디지털 혁신을 목포로 설정한 기업들이 저마다 도입 중이다. 한솔그룹도 25일 전 계열사에서 RPA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범 도입했던 한솔제지는 한 해 192 시간이 소요됐던 온라인 가격 모니터링 업무와 1000 시간이 걸리던 관세환급 업무에 RPA를 적용한 결과 약 500시간의 업무 대체효과를 얻었다.
현대글로비스도 RPA를 도입하고 단순 반복 업무에 할애했던 연간 1만4600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사내 종합물류연구소 및 IT 전담부서에서 시범 도입한 후 올해부터는 전 부서에 ‘로봇 직원’을 두게 됐다. ▲거리 데이터 확보 ▲신규부품 수출통관 코드 입력 ▲화물 주문 정보 입력 ▲중고차 서류 입력 및 신고 등 15건의 업무를 우선적으로 로봇이 담당한다.
은행권도 로봇 직원 도입에 한창이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적용 중이며 하나은행의 경우 2018년 하반기부터 RPA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기존 1시간에 걸쳐 끝냈던 일을 2~3분 안에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19개 업무 22개 프로세스에 ‘하나봇’이 투입되어 업무 향상성을 높였고 부서 간 RPA 관련된 노하우를 공유하는 ‘하나봇Day'를 정례화해 로봇과의 협업 필요성에 대한 그룹차원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나봇’이 담당한 업무는 △8000개 기업 신용등급 자동 업데이트를 통한 통합신용대출 금리 산출 △주요 파생거래 실시간 확인 △자금세탁 고위험군 데이터 자동 추출 △자점감사 녹취항목 자동점검 등 22개 프로세스에 달한다.
앞서 LG전자 역시 2018년부터 RPA를 도입하고 12개 직군 120개 업무에 적용하면서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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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뉴시스 |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의 해법
이처럼 단순한 반복 업무 등에 RPA를 도입하는 이유는 주 52시간 근무제 및 주4일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노동 생산성 하락 때문으로 분석된다. 직원들의 근무 시간은 줄어들지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기업으로선 부담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창의성은 떨어지지만 할애해야 하는 시간은 많은 단순 반복 업무의 특성상 인간이 해야 할 분석 등의 심화 업무를 위해 데이터 오차 등을 줄이고 시간 효율을 통해 ‘로봇 직원’들이 신속하게 업무 처리를 함으로써, 기존의 인력들이 보다 창의적인 메인 업무에 투자해 효율을 높일 수 있어 기업의 성과도 제고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간한 ‘주 52시간 시대의 해법, RPA를 주목하라-도입 시 주요 고려 사항을 중심으로’ 연구에 따르면 RPA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사무업무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자동화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도 2016년 이후 은행, 보험, 카드사 등 금융권의 계약관리, 보험증권 처리, 정보조회 등 백 오피스 업무 중심으로 RPA 도입이 시작됐다.
2017년 이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가시화되며 제조·물류·공공 등 전 산업 영역에서의 RPA에 대한 관심이 확산됐고 평균 12개월의 페이백, 20~3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 귀찮은 반복 작업의 자동화에 따른 근로자의 업무 만족도 제고 등으로 우호적 분위기가 보다 확대됐다.
아울러 규제대응·업무정확도·업무생산성·인력운영 유연성 등에서 90% 이상의 만족도를 보이며 기 도입 조직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수요가 생겨났다. RPA를 경험한 부서의 78% 이상이 추가 도입을 원하고 있으며 일부 존재했던 근로자의 반발도 시범 도입 기간을 거치며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답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글로벌 RPA 오토메이션애니웨어는 2020년을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자동화’ 시대의 원년으로 보고 시장 전망을 발표했다. 발표안에 따르면 비즈니스 사용자도 손쉽게 소프트웨어 봇을 만들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및 AI 기반의 RPA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경기 침체로 인해 자동화 도입이 확대되며 RPA 관련 채용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텍스트 이해와 학습이 가능한 머신러닝 기술이 보다 성숙해져 클라우드 네이티브 및 웹 기반의 RPA 플랫폼이 빠르게 확산되고 기업 내 문서 출력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25년까지 도입이 쉽고 학습이 용이한 AI 기반 RPA, 즉 ‘디지털 워크포스’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 도입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촉진하고 엔드투엔드 업무 자동화를 실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수 오토메이션애니웨어 코리아 지사장은 “클라우드 및 AI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디지털 워크포스 플랫폼은 확장성 및 접근성, 비용 절감, 보안 및 규정 준수 등 모든 측면에서 기업의 역량을 크게 높이며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총체적인 접근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오토메이션애니웨어는 2020년에도 기업이 자동화를 도입하고 전사 확산 등을 통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화로 인해 결국 사람이 설 자리가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내비치는 상황에서 또 다른 RPA 소프트웨어 기업인 유아이패스코리아는 지난해 3월 'RPA가 직원 경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유의미한 내용을 발표했다.
RPA 도입 후 직원들은 교류가 활발해지고 혁신 및 창의력이 필요한 업무에 더 집중하고 발생 가능한 실수가 감소하는 데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다만 RPA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직원 중심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RPA 담당 인력의 경우 자원과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조직 전반에 확대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고 경영진이 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리적 장벽이 생기기 때문에 중단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직원의 참여를 유지해야 RPA로 인한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직원들로 하여금 ‘사람’의 가치와 안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등 인적, 심리적 요소를 관리할 것과 RPA센터 설립 등도 제안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