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신고했는데 700여 만원 결제...농협카드, “프로세스대로 했을 뿐”

기사승인 2020.02.11  11: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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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NH농협카드 사용자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카드사에 신고했지만 피싱범에 의해 정지가 해제돼 710 만원의 금전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카드사는 “정상적인 프로세스대로 진행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평소 농협카드 등을 이용하는 A씨는 최근 자녀로부터 급하게 1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받고 카드 정보와 신분증 등을 전달했다. 그러나 전화통화를 통해 사실이 아님을 확인 후에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곧바로 자신이 보유한 3개의 카드를 일괄적으로 정지 신청했지만 이 중 농협카드만 정지신청이 해제되면서 710만원이 결제되며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이유는 바로 비대면을 통한 정지 신청 해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NH농협카드 측에 따르면 피싱범은 확보한 개인정보와 대포폰을 통해 비대면으로 정지가 된 카드의 금전거래를 재개할 수 있었다.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와 핸드폰이 있다면 비대면 거래에서 필요한 SMS 인증 절차를 밟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최초 신고 시에 카드 정보뿐만 아니라 신분증 등 개인정보까지 노출됐음을 타 카드사에 밝히고 보이스피싱으로 정지 신청을 했음에도 30분 사이에 농협카드에서 개인정보를 이용해 정지해제가 가능했다는 데에 소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NH농협카드 측의 설명에 따르면 타 카드사를 통해 피싱 신고를 해 정지 신청을 하는 일괄 등록의 경우 ‘분실’로 접수가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보이스피싱과 분실로 신고 접수 등을 했을 때 각각 그에 맞는 해제 절차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 된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고객이 피싱범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줬기 때문”이라면서 “피싱범이 고객이 준 정보를 이용해 해제 신청을 했기 때문에 카드사도 정상적인 프로세스대로 진행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3개의 카드사 가운데 농협카드에서만 금전 피해가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고객의 타 카드에는 남은 금액이 없어서 피해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는 일인 만큼 농협카드에만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애매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보이스피싱 신고의 경우 타 카드사 등을 통한 일괄 신고가 아니라 콜센터 등에 보이스피싱 신고를 하면 영업점 방문 등을 통해서만 정지 해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지난 3일부터 시스템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긴박하게 이루어지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범죄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고객이 피싱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 모든 카드사로 개별 연락을 취해 신고를 하고 정지 신청을 하는 것은 금전피해 방지가 어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책임전가를 하기 보다는 날로 고도화, 지능화되는 금융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이스피싱 신고 시에도 ‘분실’로 처리가 되는 등 농협카드 시스템에 취약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프로세스에 따른 기계적인 조치보다도 피해 사건 별로 발 빠르게 현황을 파악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시스템 상 어쩔 수 없이 (보안이) 뚫렸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건 본인들의 시스템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항상 말썽은 농협이 앞장선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타 카드사의 경우 결제액이 커지거나 이용패턴이 달라지면 피싱을 의심해 카드이용을 제한하기까지 하는데 농협카드는 피싱으로 정지신청한 것도 풀어주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NH농협카드는 당초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입장이 전해진 것과는 달리 “해당 사건을 시간대별로 조사 중에 있으며 내부적으로 검토한 후에 피해자에게 보상 여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을 그간 이용해온 소비자들은 못미덥다는 눈치다. 농협의 구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농협은행은 2011년에 전산망 해킹 사고로 인한 장애로 인해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2014년에는 NH농협카드를 비롯한 카드사들에게서 1억 건이 넘는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돼 당시 손경익 농협카드 사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지난해에도 오픈뱅킹 시범사업 기간에 타행간 이체 수수료를 건당 500원씩 부과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에게 있어 농협은 이런 문제가 일어나도 더 이상 놀랍지 않은 브랜드가 된 것이 현실”이라면서 “연이어 발생하는 금융소비자 피해 문제와 관련해 금융권과 당국이 소비자 보호 및 신뢰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과 달리 고객의 피해 발생에 안이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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