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두산, 2020년 ‘부활의 원년’ 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0.01.13  16: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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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국내 최장수 기업 ‘두산’. 이름 두 글자만으로도 대한민국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던 대들보 기업이었지만 핵심 계열사였던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 등이 ‘지는 해’가 되어가면서 위기에 처해있다. 취임 4년 째를 맞는 국내 첫 재벌4세 리더 박정원 회장은 미래 사업 확장과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재기하겠다는 포부를 그리고 있다. 124년의 역사 속에서 숱하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온 두산은 올해를 부활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을까.


두산건설-두산중공업
어쩌다 두산의 ‘위기’가 됐나

두산건설은 두산을 이끄는 핵심 축이었지만 국내외 건설 불황 속에서 매년 최악의 상황을 경신했다. 2019년 3분기에도 약 232억원의 순손실 기록을 냈고 2018년 기준 영업이익은 521억원으로 9년 연속 적자에 시달렸다. 결국 2019년 12월 두산중공업은 이사회를 열고 두산건설의 지분을 100%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되도록 했다. 23년만에 두산건설은 결국 상장폐지됐다.

두산건설이 위기를 맞게 된 직접적 원인은 2009년 발생한 일산 위브더제니스 아파트의 미분양 사태였다. 일산 위브더제니스는 고양시 탄현동에 있는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로 당시 시세보다 높은 가격과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불거졌다.

이에 두산건설은 할인 분양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결국 1600억 손실을 보는 등 초반 위기 점화에 실패하며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2013년 두산중공업으로부터 1조원의 지원을 받는 등 계열사 지원을 통해 버텼지만 주택경기 침체가 더해지며 위기를 모면하지 못했다.

결국 두산건설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고 유동성 위기에까지 처하면서 두산중공업과 합병 수순을 밟게 됐다.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 역시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번 편입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위기가 커져 결국 올라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역시 있었다.

두산 계열사 가운데 맏형 노릇을 맡았던 두산중공업은 휘청거리는 계열사들을 틈틈이 지원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계열사 자금줄 역할을 하며 짊어진 재무 부담이 큰데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악재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389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2.9%가 감소했다. 이처럼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두산건설까지 떠안으면서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워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행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어린 시선이 생기는 이유다.

지난해 5월 한국신용평가는 (주)두산의 신용등급을 ‘A-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두산중공업도 ‘BBB+/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됐으며 두산건설은 ‘BB/하향검토’에서 ‘BB-/안정적’으로 모두 하향 조정됐다. 전반적인 하향세와 부진에 그룹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합병으로 인해 의사결정 단계를 줄여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할 때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인 원자력 축소와 건설 불황에 휘청이는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앞으로 두산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사진제공=두산그룹

두산, 미래를 보다

반면 두산건설의 상장폐지는 두산의 진정한 ‘위기의 시작’이라는 시각과 함께 박정원 회장의 ‘새로운 두산’으로 나아가는 사건이라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주)두산의 인적분할이다.

(주)두산은 (주)두산과 새로 출범시킨 두산퓨얼셀, 두산솔루스 3사로 분할했다. 연료전지와 전자소재 분야를 확장해 수익성을 증대해 2023년까지 (주)두산 매출은 7조원,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 각각 1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플랜을 세운 바 있다. 두산솔루스는 전지박과 올레드 및 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에 집중한다.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는 수소 경제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연료전지 산업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연료전지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적 반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저탄소 고효율 발전 시스템이다.

박 회장의 이러한 인적분할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은 신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그룹을 키우고 미래 시장을 선점해 두산의 새로운 중추를 맡게 하려는 플랜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지난 10월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면세점 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했다. 두타면세점은 2016년 문을 열었지만 최근까지 누적 적자가 600억원대에 이르러 수익이 좋지 않았다. 두타면세점은 올 4월말까지 영업하며 폐점한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데다가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 흐름과 맞지 않는 사업으로부터 과감히 손을 뗐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각광받는 기술인 협동로봇 사업 강화에도 나섰다. 이미 계열사 두산로보틱스를 통해서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미국 유럽 등 판매망을 확보해 2024년까지 연매출 6000억원 수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지는 해' 다시 띄운다 

박 회장은 연료전지와 전자소재, 협동로봇 등 전망이 좋은 신사업을 발굴하면서 체질 개선에 힘쓰는 한편 기존 수익성 약화에 흔들리고 있는 두산중공업 등 제조분야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고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은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가 선정한 ‘피나클 어워드2019’를 한국 기업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인도 사산파워가 운영하는 발전소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연소최적화 등 디지털 솔루션을 공급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아울러 두산인프라코어의 ‘무인 자동화 건설현장 종합 관제시스템’ 역시 성공적인 제조업 기반의 디지털 혁신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두산그룹은 처음으로 ‘2020 CES'에 참가하며 디지털 혁신을 향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였다. 두산은 ‘즐거움’과 ‘미래’를 키워드로 디지털 기반의 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였다. 협동로봇은 관람객들에게 드립커피를 내려주었고 두산밥캣의 증강현실(AR) 작업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무인 자동화 건설 솔루션인 ‘콘셉트 엑스’도 소개됐다. 특히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소연료전지 드론은 최고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소연료전지 드론은 북미 시장에 출시했으며 하반기 시장 점유율을 보다 높일 계획이다.

지난 8일 CES 2020이 열리는 현장을 찾은 찾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재벌4세 박정원 회장의 ‘DNA’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취임하며 국내 첫 재벌4세 리더의 얼굴이 됐다. 형제의 난이 불며 3세 경영 시대가 막을 내리고 취임한 박 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합병이 그룹에 연쇄적인 재무 악화 사태를 일으킬 것이라는 불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뚝심 있게 디지털 혁신에 도전하며 약화된 수익성을 일으키기 위해 모색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M&A를 통해 연료전지 등 미래 사업을 발굴해 전문성 강화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원 회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두산의 DNA에 있는 경험과 역량을 믿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도약하는 2020년을 만들자”고 전했다. 그동안 국내외 산업 흐름에 따라 과감한 결단을 내려온 두산의 혁신 행보 DNA는 박정원 회장의 그것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 124년간 보여온 혁신과 변모의 발자취를 올해는 더욱 활발하게 이어가며 다시금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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