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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저를 째려봐요!”

기사승인 2019.08.13  16: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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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소비자신문]20대 후반의 남성 내담자는 오랫동안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상담을 했다. 그는 심한 대인공포 증상과 피해망상이 있었다. 밖을 나가면 사람들이 자신을 자꾸 째려보고 욕하는 듯해서 밖을 나갈 수 없다고 한다.

가끔 라디오에 나오는 이야기가 자신을 욕하고 비웃는 것 같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외적으로 보기에는 여성스럽고 소심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자신의 문제를 말로 잘 표현했다

자신의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에서 설왕설래하면서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이 억압되어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에는 상담자와 눈길도 잘 마주 치지 못하고 불안감이 많았지만 점차적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치료자도 속으로는 자신의 한심한 모습에 비웃다거나 째려보거나 한다는 말을 자주하였다. 자신은 어떤 경우에도 여자 친구는 절대로 사귀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자들은 명품이나 선물만 좋아할 뿐 결국에는 다 떠나간다고 말한다. 여자들은 속물이고 여우라며 적대적인 표현을 자주 하였다. 여성을 그리는 그림에도 여성의 형태만 그릴 뿐 얼굴에 눈, 코, 입은 모두 생략했다.

아버지는 권위적이며 명문대 출신의 의사였고 엄마는 교사로 과잉보호하며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다. 여동생은 명문대를 다니지만 자신은 삼류대학이라고 자주 비난과 자책을 하곤 했다. "이런 대학 나와서 뭐 하겠어요! 차라리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고 살아야지요"라며 푸념을 털어놓았다. 밤이면 혼자서 술도 마시고 전공책 보다는 철학자의 책을 보고 있었다.

내담자는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이 지나가면서 비난하고 비웃는 것 같아서 화가 나고 소리치고 죽이고 싶다는 분노를  표출하도록 시도하자 “이 병신 같은 놈, 너는 도무지 뭐가 될려고 그러니  너는 도무지 돈도 아깝다, 나가 버려 꺼져 버려!"라고 하면서 비난의 소리를 친다.

그러면 당신은 거기에 뭐라고 반응하는지 묻자, “너희들은 쓰레기 같은 것들, 명품이나 좋아하고 속물들이잖아, 너희들하고 나는 상대가 안 되지 너희들은 무가치한 존재야, 시시하고 다 하찮은 것들이잖아. 난 너희들과는 달라.” 그러면서 내 안의 목소리를 계속 말하면서 자신의 비난의 소리, 비판하는 소리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스스로 발견했다. 그는 “아버지가 주로 저에게 하던 소리들이네요”라며 말한다.

“주로 들었던 소리들이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내담자는 “아버지가 저를 인간 취급도 안하셨어요.” “넌 도무지 뭐가 될래!, 왜 그 모양이냐? 제발 공부 좀 잘해 봐라, 공부 못하면 아무것도 안된다. 한심한 놈!, 미련한 놈!”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아버지니까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전 힘도 없고 그저 참기만 했어요.”

그는 흑흑 흐느끼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내담자는 자신의 정서적 상태를 인식할 수 있었다. 슬픔과 함께 오는 수치심과 분노와 불안과 두려움, 상처와 죄책감 등이 형성된 배경을 하나 하나 살펴보므로 개인사가 드러났다. 살아남기 위한 존재 이유와 목적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정서를 그대로 다시 경험한다는 것은 커다란 고통이 수반되기도 했다.

“이제는 그 대상에게 자기감정을 말할 수 있고 듣고 싶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어요, 한번 말해볼래요?”라고 하자 내담자는 “저도 최선을 다 하고 있어요. 공부 못 한다고 인간도 아닌가요? 저를 비난하는 것을 멈추어 주세요! 제발, 아버지에게 더 반발만 생기고 공부도 안하고 아버지 말데로 한심한 놈이 더 되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담자는 목소리에 힘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버지에게 고통당하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억압하고 표현하지 못한 채 성장했다. 아버지를 공격하면 죄책감에 시달린다. 때문에 차라리 자신을 공격한다. 자신을 타인들과의 관계로부터 단절시키면서 내면의 우울감, 대인기피 현상이 나타났다.

정서의 억압은 또 다른 심리적인 부담감을 안게 되고 이상적인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나거나 다른 콤플렉스로 나타나기도 한다. 융에 의하면 정서를 우리 의지 대로 억압하거나 조절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서는 대체로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작동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학벌이나 직업적으로 잘 난 부모는 자녀에 대한 기대도 크고 그 기대를 채우지 못하면 부정적인 메시지나 가치관을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하게 되는데 자녀는 부모의 생각이나 가치를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건강한 부모는 자녀가 잘못을 했을 때 나쁜 행동에 대해 야단을 치지만 그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잘난 부모들은 자녀 자체를 거부한다든가 무시해버리면서 마음속에 비판자로  벌주고 처벌하고 비난하는 나쁜 대상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자신을 벌주고 죄책감, 수치심, 좌절을 느끼게 하면서 자신을 괴롭힌다. 마치 부모가 자녀를 괴롭힌 것처럼 자녀도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학대하게 된다. 부모의 파괴적인 언어나 학대, 무참하게 짓밟는 언어들은 그대로 파괴자로 자녀들에게 상처를 준다.

마음속의 파괴자는 무엇인가 잘하려고 시도할 때도 등장하여 “넌 실패작이야!” “왜 해보지 그래?” 라며 비웃으며 다시 등장한다. 인정받고 좋은 일을 할 때도 자신이 무능하고 행복감으로부터 멀어지게 유도한다. 긍정적인 느낌이 들 때마다 너무 많이 술을 마신다든가, 다가오는 사람에게는 시비를 걸고 밀어내려고 하거나 이성친구를 만나도 거부한다.

마음속 파괴자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에 대한 충성심과 의리 때문에 부모를 더 중요시하고 자신을 순종하는 자녀들은 더욱 어렵다. 부정적인 내사를 한 자녀들은 비판자의 소리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그 목소리를 긍정적이고 지지해주는 소리로 바꾸어야 한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kimhyesok@daum.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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