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15일 제도 시행, 상품 매도 없이 계좌 이동 가능
[여성소비자신문 이명진 기자] 오는 10월 가입한 상품 그대로 다른 금융사 계좌로 갈아탈 수 있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금융권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400조원에 육박한 퇴직연금 시장의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제도 시행에 앞서 은행권·증권가에선 각종 이벤트 등을 펼치며 각축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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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94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382조3000억원에 비해 11조9832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 중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적립금 규모는 163조7258억원으로 약 41%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선 400조원 규모인 퇴직연금 시장이 10년 후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내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은 지방 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52.5%다. 은행별 적립금 규모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이 42조2031억원으로 40조원을 넘어서며 가장 앞섰다. 이어 KB국민은행 38조9360억원, 하나은행 36조1297억원, 우리은행 24조6650억원, NH농협은행 21조7920억원 순이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적립금 규모는 94조500억원 수준으로 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위다. 금감원과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연간 수익률은 7.11%로 은행권(4.87%)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5일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들이 제도 시행의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돼 은행권 내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기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간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기존 계좌의 투자 상품을 모두 매도하고 현금화해야 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가입한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퇴직연금 계좌로 가입한 상품·잔고를 유지한 채 금융사만 바꿀 수 있게 된다.
은행권 ‘머니무브’ 우려, 경품 제공·대면 업무 강화
현재 퇴직연금 절대강자인 은행권에선 ‘머니무브(대규모 자금이동)’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제도 특성상 소비자가 자유롭게 금융사로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이동 가능성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은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제도 시행에 앞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고객 혜택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물론 대면 상담 업무 또한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신규 및 기존 보유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제공된 경품으로는 로보락 로봇청소기, 몽블랑 사토리얼 8cc 지갑, 갤럭시 버즈3 블루투스 이어폰, 타이틀리스트 프로V1, BBQ 황금올리브치킨&콜라1.25L 등이다.
이와 함께 대면 상담서비스도 강화한다. KB국민은행은 ‘KB퇴직연금 1대 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전면 시행한다. 퇴직연금 전용 고객센터에서 자산관리 전문가와의 1대 1 전화 상담을 제공한다. 퇴직연금 가입 고객은 누구나 전용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의 전문가와 바로 상담 받을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고객은 통화한 전문가와 대면으로 추가 상담도 가능하다.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는 지난 2020년 설립한 연금·은퇴 자산관리 전문 종합상담센터로, 전국 1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IRP 신한으로 갈아타기’ 이벤트를 시행한다. ‘IRP 신한으로 갈아타기’ 이벤트는 신한은행 개인형 IRP 계좌를 신규하고 타 금융회사 IRP 계좌 보유자산의 실물이전을 사전예약 신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실물이전 사전예약을 신청하는 고객 선착순 1만명에게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제공하며, IRP 실물이전을 완료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는 신세계 1만원 상품권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전문 상담 채널인 ‘연금 라운지’를 지난달에만 3곳을 추가 설치했다.
우리은행은 타 금융기관의 개인형 IRP와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10월 14일까지는 ‘사전예약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 1만5000명에게 선착순으로 커피쿠폰을 증정한다. 이후 15일부터 올해 말까지 1만5000명에게는 커피와 케이크 쿠폰을 제공한다.
전국 7곳에서 운영중인 우리은행(투체어스W)도 현재 운영 중인 연금 및 자산관리 특화 영업점을 확장할 계획이다.
증권사 ‘각종 이벤트’ 등 고객 유치 맞불
증권사들 역시 각종 혜택으로 고객 유치에 맞불을 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사전·사후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사전이벤트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미션 1, 미션 2로 구분해 실시한다.
미션 1의 경우 퇴직연금 실물이전과 관련해 사전 상담을 완료한 모든 고객에게 3000원 상당의 GS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한다. 미션 2는 실물이전 예약을 신청한 고객 전원에게 맥도날드 빅맥버거 세트를 준다.
또한 사후이벤트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후 100만원 이상 실물이전 완료과 이벤트 참여신청 고객에 한해 3만원 상당의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한다.
삼성증권은 디폴트옵션 상품 최초 사전 지정과 순매수에 따른 이벤트를 마련했다. 디폴트옵션 제도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신규 가입하거나, 상품 만기 후 일정기간까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선정하지 않은 경우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하나’의 디폴트온션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신한투자증권도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한투자증권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가지고 있거나 신규개설한 고객이 사전에 실물이전 정보를 등록하면, 추첨을 통해 3000명에게 치킨쿠폰을 지급한다.
이명진 기자 mjin040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