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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하반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세계 정·재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과의 사업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출장길에 올라 메타, 아마존, 퀄컴 등 IT분야 주요 빅테크 기업 CEO들과 면담했다. 이어 7월 초 베트남 팜민찐 총리 방한 당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면담을 가졌고, 같은 달 중순에는 인도로 날아가 현지 사업을 점검하는 한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 회장의 초대로 암바니가(家) 결혼식에 참석했다.
7월 말부터 8월 사이에는 파리 올림픽 현장을 찾아 제품 알리기에 나서는 한편 세계 주요기업 경영인들을 만나 사업 현황 등을 논의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초청으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인 오찬에도 참석했다.
이달 들어서는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미국 연방 상원의원단,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등과 만나 한미 양국 기업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달 중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에도 경제 사절단으로 동행할 예정이다.
최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란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미국 연방 상원의원단,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등과 만나 한미 양국 기업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승지원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이병철 창업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택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공간이다.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로, 특히 승지원에서 대규모 사업협력 등 빅딜 결정이 수차례 이뤄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승지원에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일본 협력회사 모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한국을 찾은 주요 국빈·글로벌 IT기업 CEO들과 만나 수시로 비즈니스 협력방안을 논의해왔다.
이 회장은 미국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 글로벌 경제 현안, 산업 정책과 투자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해왔다. 지난 2021년 미국 출장 시 이 회장은 백악관, 미 의회 핵심 관계자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상호 협력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이번에 이 회장이 승지원에서 만난 상원의원단은 △빌 해거티(테네시) △존튠(다코타) △댄 설리번(알래스카) △에릭 슈미트(미주리) △케이티 브릿(앨라배마) △크리스 쿤스(델라웨어) △개리 피터스(미시간) 등 7인이다. 이 자리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등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7~8월 프랑스 파리를 찾아 파리 올림픽 참관 및 글로벌 기업인 연쇄 회동 등의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지난 7월 인천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출국한 이 회장은 현지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인들을 만나 반도체·IT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이 회장은 2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초청으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인 오찬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 등 기업인 4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들 기업인과 미래 기술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회장은 파리 올림픽 현장에서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6 홍보 등 현지 사업을 점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올림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및 파리 조직위와 협력, 사상 최초로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수상 순간을 직접 촬영하도록 하는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파리 출장에 앞서 인도를 찾아 현지 사업장 방문 및 네트워크 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7월 인도 뭄바이(Mumbai)를 찾아 현지 IT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현지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현지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을 향해 “치열한 승부 근성과 절박함으로 역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인도를 찾은 것은 삼성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 공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약 14억명) 대국이 된 인도는 최근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며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 △2024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1위(IMF) △국민 평균 연령 29세 등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20·30대 젊은 고객이 많고 중산층이 늘고 있어 스마트폰·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1995년 인도에 첫 진출한 이후 현지 최대 전자 기업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현재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첸나이 가전 공장 △노이다·벵갈루루·델리 연구소 △삼성 디자인 델리 △구루그람 판매법인 △리테일스토어 20만곳 △A/S센터 3000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 임직원은 1만8000명에 달한다.
이 회장은 지난 뭄바이 출장당시 현지 ‘지오 월드(Jio World)’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 회장의 막내아들 아난트 암바니 결혼식에 참석했다. 암바니 가문의 결혼식은 글로벌 기업인과 유력 정치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네트워킹의 장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2018년 12월 암바니 회장의 장녀 이샤 암바니의 결혼 축하연에 참석했으며, 2019년 3월 장남 아카시 암바니 결혼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이번 결혼식에는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 △제임스 타이클레 록히드마틴 CEO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출장 이전인 6월 이회장은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팜민찐 베트남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첨단 산업분야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베트남 관보인 VGP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팜민찐 총리는 지난 면담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은 “삼성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기업으로, 항상 베트남과 동행하겠다”며 “디스플레이 분야도 투자할 예정이며, 향후 3년 후에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팜민찐 총리는 베트남과 삼성의 협력에 대해 “수차례 이뤄진 삼성 경영진과 베트남 총리와의 회동을 주목한다”며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베트남의 삼성 R&D 센터가 성공 사례”라고 밝혔다.
팜민찐 총리는 이 회장에게 △투자 규모 및 공급망 지속 확대 △제품의 전략적 생산·연구개발(R&D) 기지 지속 운영 △삼성전자 하노이 R&D 센터 운영 강화 △현지 기술 기업들의 삼성 생태계 파트너 참여 등을 요청했다. 현재 삼성의 베트남 누적 투자금은 224억 달러(31조원)이며, 베트남 현지에서 9만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찐 총리는 면담 이튿날 전영현 반도체(DS)부문 부회장의 안내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캠퍼스에는 과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방문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부터 이같은 광폭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2주 간 미국 출장에올라 글로벌 빅테크의 CEO들과 잇따라 회동, 협력 강화에 집중했다.
당시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 서부를 찾아 메타, 아마존, 퀄컴 등 글로벌 IT, AI, 반도체 분야의 주요 빅테크 기업 CEO들과 면담했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 첫 번재 일정으로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산 호세)에 위치한 삼성전자 미국총괄 본사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 회동했다. 이 회장은 아몬 CEO와 AI 반도체 및 차세대 통신칩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PC 및 모바일 플랫폼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어 이 회장은 워싱턴 주 시애틀로 이동해 아마존 본사에서 앤디 재시 아마존 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전영현 DS(반도체)부문장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한진만 DSA 부사장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재시 CEO와 생성형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등 주력 사업에 대한 시장 전망을 공유하고 양사의 추가 협력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캘리포니아주로 돌아온 이 회장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자택을 방문해 저커버그 CEO와 단독 미팅을 가졌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저커버그와 AI,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미래 ICT 산업 및 소프트웨어(SW)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당시 출장 일정을 마치며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달 중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한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순방에서 정부는 체코 정부와 원전, 반도체, AI(인공지능), 바이오 등 첨단 산업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 회장은 순방 일정 동안 민간 경제외교 및 유럽사업 현황 점검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