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세대에 용기 준 빅히트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

기사승인 2022.01.22  08: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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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사가 박무부, 서울 아차산 등산 아줌마들 대화 듣고 노랫말 써···가수 오승근, 아내 김자옥이 “노래 좋다”고 권해 취입 ‘대박’

[여성소비자신문]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오승근(1951년 12월 20일~)이 부른 대중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는 흥겨운 트로트곡이다. 박무부 작사, 정기수 작곡, 왕준기 편곡으로 2012년 7월 9일 만들어졌다. 음반에 실려 본격 알려진 건 2013년 여름. 2014년 봄 방송국 가요차트 상위에 올랐다.

가수 오승근이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음에도 정감 어린 멜로디에 알아듣기 쉬운 노랫말이 큰 공감을 얻으며 인기였다.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에까지 이 노래를 좋아한다. 특히 시니어세대에 용기를 줘 어르신들 애창곡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한국인 애창곡’ 1위

‘내 나이가 어때서’는 저출산․고령사회 흐름을 타고 대박 난 가요다. 여론조사회사 한국갤럽이 2014년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한 ‘한국인 애창곡’ 1위에 뽑혔을 만큼 초대형히트곡이다. 한때 ‘KBS 전국노래자랑’ 예비심사 최다 경연곡이자 경부고속도로휴게소 음반가게 인기 판매곡이기도 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트로트차트 1위를 한 적도 있다. 전국 시장통의 음반상인들도 “이 노래를 넣어야 팔린다”고 했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선거로고송으로도 자주 쓰인다. 2022년 3월 9일 대통령선거,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 음반이 나오고 오승근이 행사장과 방송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 50~60대들 반응이 좋았다. 노래교실 단골곡으로 아이돌그룹 노래, 신세대 유행가요와 맞장을 뜨기까지 했다. 노래의 히트는 방송전파를 타면서 더욱 탄력이 붙었다.

2014년 배우 나문희가 SBS 주말연속극 ‘기분 좋은 날’에서 결혼식 축가로 부르고 트로트가수 홍진영이 드라마주제곡(OST)으로 리메이크했다. 2015년 2월 끝난 KBS-2TV 주말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의 마지막 회에서도 배우 양희경이 가족노래자랑 때 불러 다시 화제가 됐다.

노래가 히트하면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란 가사가 유행어처럼 퍼져나갔다. 국내 히트바람을 타고 일본에까지 알려져 2014년 2월 가수 김연자가 부른 일본판 음반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

2018년엔 노래와 같은 제목의 영화 ‘내 나이가 어때서’(감독 한명구)도 개봉됐다. 박철민, 허진, 오상철, 유영미, 나유경, 안병경, 이경영, 이숙 등이 출연한 영화는 황혼기의 삶과 사랑을 그린 멜로물이다.

50~80세 노래방애창곡

노래가 태어난 사연이 흥미롭다. 노랫말을 쓴 박무부는 2012년 봄 서울시 광장동과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있는 아차산으로 혼자 등산을 갔다. 그는 50~60대 아줌마 몇 명이 앞서가며 주고받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너 어제 연락이 안 되더라”, “내가 그럴 일이 좀 있어”, “요즘 재미 좋구나. 야! 네 나이가 몇인데”, “어머머~ 얘 좀 봐! 내 나이가 어때서”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그는 여러 상상(?)을 할 수 있는 아줌마들 대화를 엿듣다 무릎을 쳤다. 등산을 마친 그는 “내 나이가 어떻느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던 중년여성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노랫말을 썼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사는 작곡가 정기수(1950년~)에게 넘어가 멜로디가 붙여진 가요가 ‘내 나이가 어때서’다.

문제는 노래 취입 가수를 누구로 할 것이냐였다. 반주를 녹음한 데모음원(가수나 작곡가, 연주자가 방송관계자 등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든 곡)을 들고 몇몇 가수를 접촉했으나 반응이 별로였다. “가사도, 제목도 영 칙칙하다”며 퇴짜를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오승근은 OK였다. 그의 아내(김자옥) 말을 듣고 취입이 이뤄졌다. 노래히트의 숨은 공신은 김자옥이다.

오승근은 처음엔 이 곡 취입을 망설였다. 그는 데모곡 반주를 몇 번 들어보고 “안 맞는 것 같아”는 느낌이 왔으나 아내 김자옥은 달랐다. “멜로디가 쉽고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다. 아빠, 이거 꼭 불러!”라며 권한 것이다.

김자옥은 “내가 쉽게 부를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많이 따라 부를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오승근은 과거 취입했던 노래를 팬들이 좋아하긴 해도 따라 부르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터라 아내 권유를 받아들여 녹음에 들어갔다.

오승근은 좋은 노래는 귀에 쏙쏙 들어오고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 지금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열심히 부른다. 김자옥이 생전에 정신이 있을 때면 유언처럼 “아빠(오승근) 노래 열심히 해! 영환이(아들) 하고 예쁘게, 행복하게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오승근은 ‘내 나이가 어때서’가 국민히트곡으로 떠오른 건 “아내의 덕”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는 2015년 4월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때 “아내를 보내고 몇 달간 쉬었다. ‘세월호 사고’도 있어 방송을 많이 못했는데 ‘내 나이가 어때서’를 많이 사랑해주실 줄 몰랐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 노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선물로 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오승근은 2015년 5월 8일 오후 3시와 7시 서울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콘서트 ‘내 나이가 어때서’(사회 허참)를 열었다. 가수데뷔 47년 만에 연 첫 음악회였다. 결과는 좋았다.

노랫말을 쓴 박무부는 이 노래 작사가이자 제작자다. 가수 계은숙, 김수희 등의 매니저였던 그는 박웅(제작자로서 본명)이란 이름으로도 활동했다. 전남 순천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토끼 2마리를 팔아 밤 기차로 상경, 쇼단 드러머로 연예계생활을 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한동안 공백과 슬럼프를 겪었으나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언젠가는 트로트 바람이 다시 불 것으로 보고 버텨오다 ‘내 나이가 어때서’로 행운을 잡은 것이다.

멜로디가 노래 첫 소절부터 치고 나가 히트

트로트곡 특성상 음반이 나온 그해 곧바로 히트하지 않음에도 이 노래는 달랐다. 2년 뒤인 2014년부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입소문을 무섭게 타기 시작했다. 50~80세들 노래방애창곡이자 핸드폰벨소리(컬러링 풀 장착)의 기본옵션으로 찾는 이들이 많았다. 오승근이 2001년 취입한 ‘있을 때 잘해’가 히트하고 중간에 신곡 2곡을 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중 이 노래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작사가 박무부는 이 노래의 히트비결을 한 언론사 유튜브방송에서 “멜로디가 처음부터 치고나가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영화도, 드라마도 시작부터 바로 두드려 부시잖아. 노래도 마찬가지야. ‘젖은 손이 애처로워~’ 어쩌고 저쩌고가 아니라 처음부터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바로 때려부리잖어. 우리도 대중들 취향은 파악하거든.”

‘내 나이가 어때서’는 2016년 음원 수익금을 둘러싸고 법정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빅히트곡을 낸 가수와 제작자가 수익금문제로 법적 다툼에 나선 게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모았다. 소송은 가수의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관행이 무시된 데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노래주인공 오승근은 1951년 12월 20일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 수도전기공고 졸업, 경희대 작곡과를 중퇴(1972년) 했다. 그는 고교생 때인 1968년 홍순백과 노래그룹 ‘투에이스’로 가요계에 데뷔해 ‘그 얼굴’, ‘비둘기 집’ 등의 노래를 발표했다.

그 중 ‘비둘기 집’이 인기를 얻어 1970년 KBS가수상을 받았다. 1971년 그룹사운드(영에이스)에서 최이철과 활동하다 입대, 1974년 복귀하면서 임용재와 노래그룹 ‘금과 은’을 결성했다. 트로트풍인 ‘빗속을 둘이서’가 많이 알려지면서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

1976년 리메이크음반에 실린 ‘처녀뱃사공’이 크게 히트해 여러 가수상을 받았다. 이어 1980년 솔로 가수가 된 뒤엔 본인이 작곡·작사한 ‘사랑을 미워해’로 인기를 이어갔다. 그해 MBC 10대 가수상, KBS 최우수남자가수상도 받았다. 그 무렵 첫 아내와 갈라서는 아픔을 겪었다. 그 후 1984년 배우 김자옥(1951년 10월~2014년 11월 16일, 부산출생, 폐암으로 작고)과 재혼했지만 사별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주인공은 나야 나’(2019년), ‘당신 꽃’(2019년), ‘맞다 맞다 니말이 맞다’(2017년), ‘즐거운 인생’(2015년), ‘빗속을 둘이서’(1995년), ‘세월’(1995년), ‘그대가 나를’(1990년), ‘잊어야지’(1979년), ‘떠나는 님아’(1979년) 등을 취입했다.

작곡가 정기수, 용인에서 음악활동

‘내 나이가 어때서’ 작곡가 정기수는 수많은 곡을 만든 베테랑이다. ▲박정식의 ‘영원한 40대’ ▲젊은 트로트가수 써니의 ‘어미는 기도 하마’, ‘날 믿어봐’ ▲백미현의 ‘당신이 오시길’, ‘정말 미안해’, ‘난 너만을’ ▲정하나의 ‘미안해요 사랑해요’, ‘나의 첫사랑’ ▲임종환의 ‘너에게도 가고 싶어’ ▲조항조의 ‘그대 사랑으로’ ▲현진우의 ‘고로해서’, ‘낮이나 밤이나’ ▲김상희의 ‘살다보면’ 등을 작곡했다.

김흥국의 가수 30주년 기념신곡 ‘불타는 금요일’ 등을 작곡한 노래들이 많다. 공중파방송 음악감독을 하면서 2002년부터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 작업실에서 작곡에 열심이다. KBS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 지역주민자치센터 강사, 기타교실 강의에도 바쁘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의 동남쪽 끝 석천리 황석마을(일명 황새울마을)에서 정효석 교장선생 둘째 아들로 태어난 그의 포털사이트 이름은 ‘늘 처음처럼’. 집안의 반대에도 음악가 길을 걸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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