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부작용 소비자피해구제 법제개선 시급하다

기사승인 2020.09.25  16: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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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기 부작용 피해 심각하다

[여성소비자신문]이미 2년전 국정감사에서 환자 생명이 직결된 인체삽입 의료기기 부작용 피해는  5년간 무려 7336건이라고  밝혀진 바 있다. 그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의료기기 부작용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부작용사례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시인 ‘의료기기 부작용 등 안전성 정보 관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인증을 강화하고, 수시로 의료기기 부작용 사례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것이 강화되었지만 소비자피해보상 등 구제는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의약품 분야는 미흡하지만 부작용 피해에 대한 보상제도가 확립되어 있지만(필자의 컬럼 여성소비자신문 제182호 18면 참조), 인간 생명에 직결되는 점은 의료기기도 다를 바 없지만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소비자 피해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의료기기 산업‧정책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6조8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증가하면서 의료기기법 위반 적발 건수도 늘고 있다.

2015년~2019년 6월까지 집계된 적발 건수는 총 1694건으로, 무허가 236건, 불법개조 131건, 표시‧광고 739건, 품질관리 202건 등이었다. 지난 5년간 의료기기 관련 사망 사례는 총 7건인데 사망과 관련된 의료기기는 7개 중 5개는 심혈관스텐트와 인공심장판막 등이었다고 한다. 의료기기의 부작용이 소비자(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또한 2014년~2019년 6월까지 인체삽입의료기기의 부작용 발생건수는 14개 품목 4839건에 달하고 의료기기 이식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연평균 1000여명에 달한다.

실리콘인공유방, 인공엉덩이관절 등 동일 품목에서 특정 업체의 의료기기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 동안 제조사별 부작용 통계를 보면, 한국 엘레간(실리콘겔인공유방) 2301건,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실리콘겔인공유방) 1789건,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실리콘막인공유방) 1257건,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인공엉덩이관절) 780건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의료기기 부작용 품목 중 실리콘 인공유방은 전체 이상사례 7336건 중 5502건으로 75%에 해당되어 1위를 차지했다. 주된 부작용의 이유는 인공유방의 파열과 실리콘 누수, 볼륨 감소 등이었다.

2위는 엉덩이와 무릎 등 인공관절의 이동·감염 등이 573건, 3위는 소프트콘텍트렌즈의 이물감·충혈·시야흐림 등이 234건이었다. 주사기 파손과 이물질 혼입, 수액세트 누수 현상 등 주사기‧수액세트 부작용도 41건에 달했다.

현행 피해구제도는 대단히 미흡하다

첨단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의료기기의 융·복합화와 의료기기의 사용증가로 인한 의료기기 부작용 피해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소비자 피해구제는 현행법상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나 제조물책임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과실이나 결함은 피해자가 입증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의료기기를 체내에 이식하는 수술이나 진료의 경우에는 그 위험성이 높으며, 신경손상, 상악동(Sinus maxillaris), 잘못된 골유착, 잘못된 위치선정 등 임플란트과정에서 진료과실이나 제조물의 결함을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료기기의 부작용의 경우 원칙적으로 최종적인 사용자인 의사, 병원 및 요양기관 등의 개설자에 대해 하자 있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사용은 진료계약상의 의무를 근거로 진료과실의 범위에서 거래안전의무의 법리에 따라 법적 책임을 고려할 수 있을 뿐이다.

현행 의료기기법에는 부작용 발생에 따른 제조사(수입업체 포함)의 책임과 보상에 대한 규정이 없어 소비자(환자)들이 보상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구제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9월 중순 정부가 의료기기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내년(2021년) 말까지 ‘업체별 책임보험 의무가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체 피해는 물론 기기 오작동, 부정확한 측정, 구동실패, 파손 등에 대해서도 배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상금의 재원은 제약업체 등이 납부하는 부담금으로 마련한다고 한다.

그러난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헌법상 보장된 소비자(환자)의 권익을 보장하지 못할뿐더러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행정지도나 행정입법으로 시행할 경우 위헌문제와 함께 일제 잔제인 훈령에 의한 행정이므로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법리적 시비에 휘말려서 실현가능성이 희박해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의 구제제도가 무과실책임에 기초한 공적기금의 형식으로 2014년부터 시행되기 까지 겪은 과정에서 쉽게 알 수 있다. 1991년 약사법 개정을 통해 마련되었던 ‘피해구제기금제도’가 상당 기간 위법한 행정입법부작위로 시행되지 못하다가 1995년에 약사법 개악으로 근거규정이 삭제되기도 하였으며, 2014년 약사법에 근거규정을 다시 마련하여 현행제도가 마련되었다.

아직도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제도는 불안정하므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여성소비자신문 제182호 18면 참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의료기기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구제 제도는 의료과오 책임이나 제조물 결함책임으로 소송상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를 대체하는 제도의 도입과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피해구제제도가 도입된 현재 상황에서 의료기기 부작용신고시스템과 관련하여 무과실 피해구제제도의 도입을 연계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기기 부작용 피해에 대한 구제절차는 일반적인 민사법적인 절차 이외에 행정적인 무과실보상제도로서 기금방식, 보험방식, 중재·조정절차를 포함한 재판외 대체적 분쟁해결방식(ADR 방식)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법의 개정이나 “의료기기 부작용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과 같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의료기기는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주사기, 인공유방, 심장스텐스, 인공무릎관절 등 체내삽입용 기기부터 가정에서 사용하는 체온계, 개인용 온열기, 보청기까지 그 유형과 품목이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기기의 부작용으로 인해 인간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할 수 있고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을 볼 때 반드시 법률에 명시적으로 제도화시켜야 한다.

물론 무과실 보상책임체계를 바탕으로 소비자(환자)중심의 누구나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의 소비자기본권 보장의무라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고 새로운 가치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법제도 속에서 무과실 책임보험제도를 도입하고 국가와 기업이 함께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복잡하고 고비용의 재판절차를 밟지 않고 구제받을 수 있는 대체적 분쟁해결 방식(ADR방식)으로는 현행 의료기기법을 개정하여 이 법률에 근거를 둔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서 중재·조정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 업무, 구성, 운영 등에 대한 개편으로 당장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말까지 책임보험 도입 등 의료기기 부장용 피해구제제도의 도입을 미룰 것이 이니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법제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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